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감염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잠복기가 최장 21일로 길고 최근 해외 여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낮아 큰 유행이 되진 않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 방역 수칙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22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를 보고한 국가 수는 15개국다. 전날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발병국가 12개국에서 3개가 추가됐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덴마크의 한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확인된 질환이다. 천연두(두창)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원숭이두창으로 불렸다. 처음에는 동물감염병으로 알려졌지만 1970년 환자가 발견된 이후에는 서부 및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풍토병이 됐다. 이 병에 걸린 설치류나 영장류와 접촉하면 감염된다. 사람 간 감염은 일반적으로 호흡기를 밀접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이 되면 나타나는 증상은 천연두와 비슷하다. 고열, 오한과 함께 두통, 근육통이 있고 피부에 수포(물집)와 딱지가 생긴다. 잠복기는 통상 6~13일인데 21일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치명률은 3~6%로 높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2018~2019년 감염 사례가 발생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병은 이달 들어 영국을 시작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후 캐나다, 미국, 호주와 이스라엘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현지시각) "원숭이두창 환자가 퍼지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여행 이력이 없는 20~50세 남성 동성애자들에 집중됐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유행이 시작된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성병 클리닉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성교보다 장시간 사람 간 피부접촉이 감염의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맥킨타이어 교수는 "우연히 바이러스가 남성 동성애 집단에 유입되고 계속 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대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코로나19에 비해 전파력이 낮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수칙인 마스크 착용, 손씻기로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해외와 교류가 다시 늘어나면서 이미 국내에도 들어왔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코로나19는 공기중에 떠다니는 아주 작은 비말 입자를 통해 전파되지만 원숭이두창은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만 전파되기 때문에 전파력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주 전파 경로가 직접 접촉"이라며 "재생산지수(확진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 수)가 높지 않아 전파력 자체가 코로나19처럼 높은 것은 아니다. 소규모 유행이 있는 상태고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방과 관련, 천 교수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와 같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엄 교수도 "개인 방역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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